텅 빈 고속도로와 '차 없는 일요일'이 조만간 다시 현실이 될까? 중동 지역의 갈등 고조와 치솟는 유가는 1973년과 1979년의 심각했던 석유 파동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당시 아랍 산유국들의 공급 축소는 유가 폭등으로 이어졌고, 서방 국가들은 강력한 긴축 정책을 도입해야만 했다. 오늘날 전 세계는 과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새로운 시나리오에 직면해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호주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엄중한 경고를 내놓았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안보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비롤 총장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중동 위기는 1970년대 두 차례의 석유 파동을 합친 것보다 더 큰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
비롤 총장은 "당시에는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석유가 부족했다"며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하루 1,100만 배럴의 부족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천연가스 전망 또한 어둡다. 그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와 비교할 때 글로벌 가스 공급 부족량이 두 배로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란 전쟁으로 인한 호르무즈 해협 폐쇄는 전 세계 석유 공급을 약 8% 감소시켰다. 킬 세계경제연구소의 경제학자 클라우스-위르겐 게른은 수치상으로 볼 때 이는 1973년의 5% 감소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경제적 파장이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처럼 전개되지는 않을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가격 역학에 있다. 게른은 "1973년에서 1974년 사이 유가는 4배 뛰었고, 1979년에는 다시 3배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1970년대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10년 내내 인위적으로 고유가를 유지했고, 이러한 비용에 익숙하지 않았던 소비국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오늘날의 시장은 다르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유가는 2007년, 2008년, 2011년,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2년에도 경험한 바 있다. 게른은 "이러한 가격이 전혀 새로운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현재의 가격 급등은 회복 불가능한 전쟁 피해보다는 물류 봉쇄와 생산 중단에 기인한다. 따라서 게른과 도이치방크 리서치의 분석가들은 분쟁이 끝나면 가격과 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의 낙관론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 피해는 커지고 있다. 비롤 총장은 이란의 공격으로 중동 9개국에서 40개 이상의 에너지 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즉시 다시 열린다 하더라도, 이 시설들을 복구하는 데는 6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 있다.
일례로 카타르는 라스 라판에 위치한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단지가 공격을 받아 향후 3~5년 동안 LNG 공급량이 17% 감소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뉴욕 컬럼비아 대학의 크리스토프 륄은 보다 신중한 시각을 제시한다. 그는 카타르가 전 세계 가스의 약 20%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17%의 감소는 실제 전 세계 가스 공급량의 약 4%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계산했다. 륄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되고 더 많은 시설이 파괴될 경우에만 심각한 글로벌 위기가 현실화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사태가 진전됨에 따라 전 세계의 석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국제적인 비상 조치들이 준비되고 있으며, 오늘날 에너지 시장의 향상된 회복력과 구조가 이번 충격을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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